📚 이 연재는 신간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YES24에서 판매 중)에서 다룬 교육 플랫폼들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책을 쓸 때 분량 때문에 끝내 다 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따로 만들고 있는 교수학습 플랫폼들이 그렇습니다. 이번 편은 그 빈자리를 연재에서 채우려는 글입니다.


17개 교육청, 두 갈래길

지난 두 편에서 AIEP와 하이러닝을 다뤄습니다. 이제 전국 지도를 한번 펼쳐 보겠습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1곳은 AIEP로 모였습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전북, 전남, 경북, 제주입니다. 함께 하나를 만드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나머지 6곳은 자기 길을 갔습니다. 경기, 부산, 대구, 경남, 충남, 충북입니다. 이 여섯 곳은 저마다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미리 밝혀둡니다. 저는 울산 소속이라 이 여섯 곳을 직접 써보지 못했습니다. 공개된 자료와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니, 해당 지역 선생님들의 보충을 환영합니다.

경남 아이톡톡, 가장 먼저 출발한 곳

경남의 아이톡톡은 공교육 플랫폼의 맏형 격입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급하게 필요해졌던 시기에, 줄이나 e학습터 같은 도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AI 기반 통합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구조를 보면 생각이 보입니다. 학급방 역할을 하는 톡톡클래스, 학생의 학습 활동을 누적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톡톡폴리오, 교사와 학생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톡톡콘텐츠. 특히 톡톡폴리오는 음성과 동영상까지 성취의 증거로 쌓아 둔다는 점에서, 점수가 아니라 과정을 남기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전용 브라우저를 만들어 학생 교육 데이터의 자주성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이 연재에서 계속 되돌아오는 질문, 아이들의 기록은 어느 서버에 남는가에 대해 경남은 가장 이른 시기에 답을 내놓은 교육청입니다.

충북 다채움과 충남 마주온

충북의 다채움은 포털과 학급 수업 공간(채움클래스)을 묶은 구조입니다. 안에 수업레시피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름부터가 좀 교육친화적입니다. 수업을 레시피처럼 적어 나누자는 발상입니다. 띵커벨과 하이러닝에서 본 교사 간 자료 나눔이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충남의 마주온은 이름에 생각이 담겼 있습니다. 마주 보며 온라인으로 만난다는 뜻의 충남형 미래교육 통합플랫폼입니다. 기술 이름이 아니라 관계의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무엇을 중심에 두겠다는 선언이니까요.

부산 펜즈, 이달 1일 개통한 새 시도

가장 따끈한 소식은 부산입니다. 이달 1일, 부산시교육청이 클라우드·AI 통합 로그인 플랫폼 펜즈(PENZ)를 지역 전체 초·중·고에 정식 개통했습니다.

방향은 AIEP와 비슷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간 지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계정으로 구글·MS·어도비·캔바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제미나이·코파일럿·파이어플라이·챗GPT 같은 생성형 AI까지 모두 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교육청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계정 하나로 묶은 것은 전국 첫 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계에서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계정의 수명입니다. 교직원은 관내 기관으로 옮겨도, 학생은 진학하거나 전학해도 고등학교까지 같은 계정을 씁니다. 학교가 바뀔다고 기록이 끊기지 않는 구조입니다. 둘째, 자체 서버를 갖춰 정보 유출을 막았습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교육 주권 논쟁에 부산이 내놓은 나름의 답이기도 합니다. 빅테크의 도구는 쓰되, 계정과 데이터의 기반은 교육청이 쥐겠다는 것입니다.

비용도 공개됐습니다. 자체 서버 구축에 2억 원을 포함해 시스템에 4억 원을 썼고, 생성형 AI 업체에 연간 12억 원 수준을 지급합니다. 이 숫자는 잡담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교육청이 민간 AI를 대량으로 구매해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답은 앞으로 몇 년간 부산이 보여줄 것입니다.

대구 둘스, 하나를 깊게 파는 전략

대구는 또 다릅니다. 모든 것을 담는 대신 한 가지를 깊게 파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 한 가지가 평가입니다.

대구교육청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서·논·구술형 평가 플랫폼 뎁스(DEPTH)를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합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대입 제도 개편에 선제 대응하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구술형까지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서술과 논술은 글로 남지만 말하기는 흔적이 남지 않아 평가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앞 편에서 경기의 서·논술형 자동채점을 다뤄는데, 대구는 거기서 한 종목을 더 넘본 것입니다.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답

여섯 곳을 나란히 놓으면 전략이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다 담기: 경기 하이러닝, 경남 아이톡톡, 충북 다채움, 충남 마주온. 수업의 전 과정을 하나의 공간에 담습니다. 기록이 한곳에 모이지만, 민간의 속도를 따라가기 쉬지 않습니다.

연결하기: AIEP, 부산 펜즈. 직접 만들지 않고 이미 있는 것들을 계정으로 묶습니다. 현장에 빨리 닿지만 기반을 밖에 두게 됩니다.

깊게 파기: 대구 둘스. 가장 어려운 한 지점을 골라 거기에 자원을 집중합니다. 넘범위하지는 않지만 깊이가 생깁니다.

어느 것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지역마다 학생 수와 예산과 기존 인프라가 다르니, 답이 다른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이 다양성은 17개 교육청이 각각 실험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역을 옮깁니다.

충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경기로 이사하면, 마주온에 쌓인 기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같은 계정을 쓰던 학생이 대구로 전학하면 그 계정은 어떻게 되나요. 각 교육청은 자기 지역 안에서 기록의 연속성을 약속하지만, 경계를 넘는 순간은 아직 빈칸에 가깝습니다.

연재 내내 반복해 온 문장을 한 번 더 쓰겠습니다. 한 아이의 배움은 한 서비스 안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제 여기에 한 줄을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아이의 배움은 한 지역 안에서만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국가 차원의 표준과 호환성이 필요해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17개의 실험은 값지지만, 실험끼리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 비용은 전학 가는 아이가 치릅니다.

💡 정리하면

  • 전국 17개 교육청 중 11곳은 AIEP로 모였고, 6곳(경기·부산·대구·경남·충남·충북)은 자체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 전략은 세 갈래입니다. 다 담기, 연결하기, 한 지점을 깊게 파기.
  • 다른 지역 플랫폼을 보면 우리 지역의 빈칸이 보입니다. 기능 목록보다 "어느 구간을 맡고 있는가"를 비교해 보십시오.
  • 지역 간 기록의 호환성은 아직 남은 숙제입니다. 전학 오는 아이의 이전 학습 기록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라면, 그 경험을 공유해 주시면 많은 선생님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11개 시도교육청 공동 AIEP 시범운영 관련 보도(교육플러스·교육을 비추다, 2025.9)
  • 부산시교육청 펜즈(PENZ) 정식 개통 관련 보도(헤럴드경제·한국일보, 2026)
  • 대구교육청 AI 기반 서·논·구술형 평가 플랫폼 둘스(DEPTH) 가동 보도(뉴스1, 2026)
  • 경남 아이톡톡 관련 자료(경남교육청·경남신문) · 충북 다채움 · 충남 마주온 공식 사이트

📖 더 깊은 이야기는 책에서: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 YES24에서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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