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재는 신간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YES24에서 판매 중)에서 다룬 교육 플랫폼들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지난 편은 국가 차원의 표준과 호환성이 필요하다는 말로 맺었습니다. 그 말을 꺼내 놓고 나니 피할 수 없는 주제가 하나 남습니다. 국가가 가장 크게, 가장 빠르게 밀어붙였던 플랫폼. AI 디지털교과서입니다.

이 주제는 이번 연재에서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결론이 난 일처럼 이야기되지만 교실에 남은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찬반을 다시 겨루기보다, 지금 학교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적어 보려 합니다.


3년을 한 문단으로

2023년 6월에 추진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2025년 3월, 초등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서 실제 도입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용 도서'가 아니라 '교육자료'가 됐습니다.

이름 하나가 바뀐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가 쓰는 방식 전체가 바뀌는 변화였습니다.

지위가 바뀌자 숫자가 움직였습니다

2025년 1학기에는 4,095개 학교가 썼습니다. 2학기에는 1,686개 학교가 남았습니다. 한 학기 만에 58.8%가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낙차가 더 분명합니다. 서울은 319곳에서 49곳으로, 부산은 234곳에서 30곳으로, 세종은 14곳에서 1곳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대구는 456곳에서 376곳으로 완만했고, 경기는 2학기에도 492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 낙차를 만든 것은 수업의 질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습니다. 교과서일 때는 무상 공급 체계 안에서 비용이 해결됐지만, 교육자료가 되자 구독료를 교육청과 학교가 각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채택 여부가 교육적 판단보다 회계 구조를 먼저 따라간 것입니다.

이 대목이 이번 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의 운명은 기능이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는 제도가 결정합니다. 좋은 기능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누가 내는지가 정해진 것이 살아남습니다.

비용은 이미 지출됐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 사업에 1조 4,093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감사원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의 구독료를 5,421억 원에서 1조 732억 원 사이로 추계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발행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보도된 피해 규모는 8,000억 원 안팎입니다.

숫자를 늘어놓는 이유는 책임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속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기록해 두기 위해서입니다. 교실에 무엇을 들일지 정하는 일은, 그 결정이 뒤집힐 때 누가 무엇을 잃는지까지 함께 계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교실에 남은 진짜 질문

그런데 학교에 실제로 남은 문제는 예산이 아닙니다. 기록입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별 학습 이력과 오답 패턴, 진도율, 접속 시간을 수집합니다. 이 자료는 각 발행사의 서버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통합포털의 국가수준학습데이터셋에 저장됩니다. 2025년 5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태점검에서는 발행사와 통합포털을 연동하는 과정의 보안 취약점이 지적됐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수집 항목과 보유 기간이 빠져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기 학습 기록을 열람하고 정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학교가 구독을 중단했을 때 그동안 쌓인 기록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답도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연재 2편에서 던졌던 질문을 여기서 다시 쓰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기록은 어디에 남는가. AI 디지털교과서는 이 질문을 가장 큰 규모로 실험했고, 가장 큰 규모로 답을 미뤄 둔 사례입니다.

그래도 남은 것

정리하는 김에 공정하게 적겠습니다. 3년이 통째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도입을 준비하며 학교 무선망과 기기 관리 체계가 한 번 점검됐습니다. 전국 단위로 교사 연수가 돌아갔고,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AI 수업 도구를 열어 본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학습 데이터를 표준으로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책의 언어로 올라왔습니다. 이 논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26년의 방향은 전면 도입에서 자율 선택으로 옮겨 갔습니다. 학교가 AI 교육자료를 직접 고르고, AI 중점학교를 2026년 1,000개교에서 2028년 2,000개교로 늘려 가는 구조입니다. 모두에게 같은 것을 동시에 주는 방식에서, 준비된 곳에 먼저 깊게 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볼 것인가

이름이 교과서든 교육자료든, 수업에서 하는 일은 같습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도 지위가 아니라 구간이어야 합니다. 이 연재에서 계속 써 온 질문 그대로입니다.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충분합니다. 이 자료가 우리 수업의 어느 구간을 맡는가. 그 구간을 이 자료 없이 진행하면 무엇이 불편해지는가. 그리고 여기에 쌓이는 기록을 내년에도 볼 수 있는가.

세 번째 질문에 답이 없다면, 그 자료는 아직 수업의 중심에 두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 정리하면

  • 2025년 8월 법 개정으로 '교육자료'가 됐고, 사용 학교는 1학기 4,095곳에서 2학기 1,686곳으로 58.8% 줄었습니다.
  • 채택률을 움직인 것은 기능이 아니라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였습니다. 플랫폼의 운명은 제도가 결정합니다.
  • 3년간 1조 4,093억 원이 투입됐고, 2026년 6월 발행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남은 숙제는 데이터입니다. 쓰던 자료를 중단할 때 학습 기록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고 기록해 두시길 권합니다.
  • 도입 여부는 지위가 아니라 '우리 수업의 어느 구간을 맡는가'로 판단하십시오.

참고자료

  •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교육부, 2023.6)
  • 2025년 국정감사 자료 기반 AI 디지털교과서 2학기 도입률 보도(한국대학신문, 2025)
  • AI 디지털교과서 사업 예산·구독료 추계 및 학습데이터 관련 보도(한국데이터경제신문, 2026)
  •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보도(헤럴드경제, 2026.6)
  • 지위 변경 이후 정책 변화 관련 보도(교육을 비추다, 2026.2)

📖 더 깊은 이야기는 책에서: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 YES24에서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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