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재는 신간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YES24에서 판매 중)에서 다룬 교육 플랫폼들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먼저 솔직하게 밝혀둡니다. 저는 울산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하이러닝을 직접 써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편은 공개된 자료와 경기도 선생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안에서 겪은 사람만이 아는 결이 분명 있을 테니, 경기 선생님들의 보충과 반박을 환영합니다.
연결하는 플랫폼과 담는 플랫폼
지난 편에서 다룬 AIEP는 연결을 맡는 플랫폼이었습니다. 자체 LMS를 만들지 않고, 교사들이 이미 쓰는 도구들을 이어 붙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 길을 간 곳도 있습니다. 수업의 전과 중과 후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두 담겠다고 나선 경우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Hi-Learning)이 그렇습니다. 전국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교육청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AI 기반 교수학습 통합 플랫폼입니다.
어느 쪽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가지 전략이 모두 진행 중이고, 각각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습니다.
수업의 전과 중과 후를 하나로
하이러닝의 비전은 "교사와 학생은 더 가깝게, 배움은 더 풍성하게"입니다. 핵심은 수업의 한 사이클을 통째로 담는 것입니다.
교사는 수업 전에 설계안과 콘텐츠를 가져와 차시를 준비합니다. 수업 중에는 통합학습창으로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고 과제와 문항을 배포합니다. 수업 뒤에는 AI 진단 리포트로 학급의 단원별 학습 현황을 확인하고, 아이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받아 가정에서 이어갑니다. 교실 수업과 가정 학습이 한 곳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받치는 것이 80만 건 규모의 학습 콘텐츠 라이브러리입니다. 영상과 교재와 문항이 쌓여 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계속 확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 5~6학년 수학 전 차시 수업설계안과 고등 영어 콘텐츠가 들어갔고, AI 논술 문항 생성과 수업설계안 복제·공유 기능도 강화됐습니다.
수업설계안 공유 기능을 짚고 싶습니다. 띵커벨 편에서 자료를 만드는 교사와 쓰는 교사가 만난다고 썼는데, 공공 플랫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그 만남이 민간 서비스가 아니라 교육청이 보장하는 공간 안에서 이뤄집니다.
서·논술형 자동채점, 여기서 이미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 연재에서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한 주제가 평가였습니다. 하이러닝은 그 지점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작년 6월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교사가 설계한 평가 기준에 따라 AI가 자동 채점과 피드백을 제공하고, 손글씨 답안을 디지털 문자로 바꾸는 OCR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국어, 사회, 과학을 중심으로 중1과 고1에 시범 적용되며 평가 설계부터 채점, 피드백, 리포트까지 한 번에 운영됩니다.
숫자가 인상적입니다. 안양 부림중학교 사례에서 기존 55분 걸리던 채점이 5분으로 줄었고, AI와 교사 채점 사이의 상관계수는 국어 0.945, 사회 0.958, 과학 0.957로 나타났습니다. 서른 명의 서술형 답안을 하나하나 읽고 채점하는 시간, 그리고 채점의 일관성. 서·논술형 평가가 중요한 줄 알면서도 현장에서 확대되지 못했던 두 가지 장벽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입니다.
여기서도 설계가 눈에 띕니다. AI가 혼자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세운 평가 기준을 따라 채점하고, 교사가 검수합니다. 채점 기술보다 문항과 루브릭의 품질이 먼저라는 원칙이 시스템에 새겨져 있는 셈입니다.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게
기능 이야기보다 더 인상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까지 대상을 넓혔다는 점입니다. 작년 7월부터 등록 대안교육기관 69곳의 학생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민간 서비스가 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수익과 무관한 이용자를 늘리는 일이니까요. 지난 편에서 공교육 플랫폼의 존재 이유를 "아이의 기록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주체가 있는가"로 썼는데, 하이러닝의 이 결정이 그 문장의 구체적인 예시입니다. 배움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없게 하는 일은 결국 공교육의 몫입니다.
AI는 거들 뿐, 교육은 교사가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하이러닝 가이드북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AI는 거들 뿐, 교육은 교사가 한다."
플랫폼을 직접 만든 교육청이 이 문장을 앞에 세운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AI는 채점과 진단 같은 반복 과업을 대신합니다. 그러나 데이터에 찍힌 결핍을 보고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해보자"고 말하는 일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진단 리포트의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이 연재가 계속 되돌아오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패들릿 편에서 도구가 광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만든다고 썼고, 마이클 편에서는 AI가 문장을 써도 학생을 아는 것은 교사라고 썼습니다. 플랫폼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마지막 한 걸음은 남습니다.
이름이 바뀌어도 교실은 계속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공교육 플랫폼은 정책의 흐름을 탑니다. 교육감이 바뀌면 방향이 조정되고, 사업의 이름과 간판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이러닝이라는 이름 자체가 경기도민 명칭 공모로 정해진 것이었는데, 그 이름 역시 계속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책이 바뀌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선출된 교육감이 자신의 철학에 따라 방향을 정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다만 현장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방향의 변화가 아니라 연속성입니다. 교사들이 몇 년에 걸쳐 익힌 사용법, 쌓아 온 수업 자료,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학습 기록. 간판이 바뀔 때 이것들이 함께 흔들리면 그 비용은 결국 교실이 치릅니다.
그래서 공교육 플랫폼을 볼 때 기능만큼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사람이 바뀌어도 남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가. 축적된 자료와 기록이 이름과 무관하게 이어지는가. 이건 어느 지역, 어느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플랫폼이라면 모두가 감당해야 할 숙제입니다.
다 담으려는 전략의 그림자
공정하게 한계도 적겠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이 수업의 전 과정을 담으려면, 모든 기능을 직접 만들거나 들여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민간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의 AI 중점학교를 지원하는 자료들을 보면, 학생이 직접 생성형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실습 환경은 하이러닝 안에서 바로 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민간의 AI 샌드박스 같은 도구로 보완하는 조합이 현장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결국 다 담는 전략과 이어 붙이는 전략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하이러닝은 수업의 본줄기를 공공이 책임지는 대신 주변부를 민간과 나누고, AIEP는 연결을 맡는 대신 수업 공간은 기존 도구에 맡깁니다. 어느 쪽이든 혼자 완결되지 않으며, 그래서 공공과 민간의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 쓰고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
앞서 밝혔듯 저는 직접 써본 적이 없어 사용 팁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경기도 선생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새 플랫폼이 들어올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익숙한 방식을 바꿔야 하는 부담과 또 하나의 시스템이 늘어난다는 피로감이 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이 꽤 달라졌습니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이고, 많은 선생님이 실제로 잘 쓰고 계십니다. 도입 2년 만에 경기도 내 97% 이상의 학교에서 활용될 정도로 현장에 정착했다는 통계도 그 분위기와 맞아떨어집니다.
이 대목이 오히려 다른 지역 선생님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새 플랫폼이 들어올 때의 저항은 대개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관건은 그 뒤에 실제로 쓸 만해지느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쓸 만해지는 데는 콘텐츠와 연수, 무엇보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활용 교육 기본계획 및 기능 고도화 발표 자료(2025)
- 하이러닝 활용 현황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확대 관련 보도(2025~2026)
-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공개 및 안양 부림중 적용 사례 보도(교육플러스, 2025.11)
- 〈2026 하이러닝 칼럼〉 연재(교육을 비추다, 2026.1) 및 경기도 AI 중점학교 수업 준비 관련 현장 자료(2026)
📖 더 깊은 이야기는 책에서: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 YES24에서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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