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재는 신간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YES24에서 판매 중)에서 다룬 교육 플랫폼들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미리 밝혀둡니다. 저는 AIEP 공동개발에 참여한 11개 교육청 중 하나인 울산에서 교수학습 플랫폼 개발을 맡았던 교사입니다. 그만큼 안에서 본 것이 많지만, 바로 그래서 논란이 되는 지점도 빼지 않고 적겠습니다.
지난 편의 결론을 그대로 설계로 옮긴 곳
지난 편에서 플랫폼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두 계층을 연결해 시너지가 일어나게 하는 자리라고요. 오늘 소개할 AIEP는 그 문장을 설계도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 영문 약자로 AIEP(AI Education Platform)입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전북, 경북, 제주 등 11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만든 공교육 플랫폼입니다. 2023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논의에서 출발해, 2025년 9월 시범 운영을 거쳐 그해 12월 공식 개통했고, 올해부터는 참여 교육청들이 순차적으로 전면 도입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하나도 아니고 열한 곳이 함께 한 개를 만들었다는 사실부터가 이미 연결의 이야기입니다.
자체 LMS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AIEP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정은 만들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공공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면 보통은 자체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개발합니다. 과제 배부, 제출, 피드백 기능을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AIEP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구글 클래스룸, MS 팀즈, 네이버 웨일, 애플 등 교사들이 이미 쓰고 있는 LMS를 그대로 쓰게 하고, 자신은 그 위에서 연결과 분석을 맡았습니다.
이 연재를 처음부터 읽으셨다면 이 결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아실 겁니다. 구글 클래스룸은 2020년 공공 플랫폼 서버가 다운됐을 때 교사들이 대피한 곳이고, 지금도 교실에서 가장 오래 열려 있는 화면입니다. 이미 사람들이 만나고 있는 자리를 없애고 새로 만들기보다, 그 자리들을 이어 붙이는 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AIEP의 핵심 기능도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 통합 로그인(SSO): 하나의 교육청 계정으로 여러 에듀테크 서비스를 씁니다.
- AI 학급 대시보드: 흩어져 있던 학습 현황을 한 화면에서 봅니다.
- 수업관리 일원화: 교사가 여러 화면을 오가던 일을 줄입니다.
지난 편들에서 다룬 장면들이 여기서 설명됩니다. 미리캔버스가 교육청 계정으로 열리고, 땅커벨이 AIEP와 계정 연동을 구축한 것은 모두 이 SSO 덕분입니다. 도구들이 올라탈 바닥을 공교육이 깔아준 셀입니다.
올해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개통 당시까지가 그릇을 만드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그 안을 채우는 단계입니다.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분석모델이 본격 탑재되면서, 학습자의 문제해결과 비판적 사고, 몰입과 학습 충실도, 협업과 소통 역량 같은 것들을 대시보드로 시각화하는 기능이 들어옵니다. 교사에게는 수업 설계와 평가를 돕는 AI 비서 기능이, 학생에게는 교육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진로·진학 지원이 담길 예정입니다.
이 대목이 책의 출발점과 정확히 맞닿습니다. 한 아이가 패들릿에 올린 의견, 카훗에서 반복해서 틀린 문제, 캔바로 만든 발표 자료가 각각 다른 서버에 흩어진다고 썼습니다. 이 기록들을 한 아이의 이야기로 엮어보겠다는 것이 지금 AIEP가 시도하는 일입니다.
논란도 적습니다. 교육 주권 문제
공정하게 반대편도 적겠습니다. 공식 개통을 앞두고 국내 에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나왔습니다. 공교육 플랫폼에 구글 같은 외국 빅테크의 LMS 가 포함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네이버를 선택할 수 있긴 하지만, 사용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이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구글 클래스룸 편에서 한국 교실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도구의 한계를 썼고, 웨일스페이스 편에서는 아이들의 기록이 어느 서버에 남는가를 질문했습니다. 그 질문이 공교육 플랫폼 설계의 핵심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여기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긴장이 있습니다. 자체 LMS를 만들면 주권은 지키지만 교사들이 이미 익숙한 환경을 버리게 합니다. 이미 쓰는 도구 위에 여는 방식은 현장에 빨리 닿지만 기반을 밖에 두게 됩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더욱 계속 지켜봐야 할 논쟁입니다.
남은 과제도 분명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교사와 학생 사이의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그리고 11개 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데 따르는 속도 문제까지. 개발에 참여해 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마지막 항목이 생각보다 큽니다. 합의해야 할 주체가 많을수록 방향은 단단해지지만 걸음은 느려집니다.
그래도 이 시도가 중요한 이유
그럼에도 AIEP가 의미 있는 것은, 지금까지 아무도 맡지 않던 질문을 공교육이 맡겠다고 나섬기 때문입니다.
민간 도구들은 각자 잘합니다. 자기 서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책임집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배움은 한 서비스 안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가로질러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학생이 졸업한 뒤에도 그 기록을 보관하고, 어느 회사가 서비스를 종료해도 아이의 배움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 이건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 맡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역할입니다.
올해 2월 e학습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오랫동안 원격수업의 기반이던 공공 서비스였습니다. 공공이라고 영원하지 않으며, 민간이라고 무책임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록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주체가 있느냐입니다. AIEP는 그 자리에 공교육을 세우려는 시도입니다.
💡 현직 교사의 시작 팁
- 소속 교육청이 11개 참여청인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도입 시기와 계정 발급 방식이 교육청별로 다릅니다.
- 이미 구글 클래스룸이나 웨일스페이스를 쓰고 계시다면 버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AIEP는 그 위에 얹힐는 구조입니다.
- 처음 쓰신다면 통합 로그인부터 체감해 보십시오. 여러 서비스의 계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학기 초 업무가 크게 줄어듭니다.
- 대시보드의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화면이 가리키는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것까지가 교사의 일입니다.
참고자료
- 11개 시도교육청 공동 AIEP 시범운영 및 공식 개통 관련 보도(교육플러스·교육을 비추다, 2025.9~12)
- 공교육 AI 플랫폼의 빅테크 의존과 교육 주권 논쟁 보도(에듀플러스, 2025.12)
- 시도교육청 AIEP 전면 도입 발표 보도(2026.3) 및 주요 기능(SSO, AI 학급 대시보드, 수업관리 일원화)
📖 더 깊은 이야기는 책에서: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테크빌교육) | YES24에서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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