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지도안을 AI로 쓸 때, "지도안 써줘"라고 하면 왜 못 쓰는 결과가 나올까요.

순서를 뒤집으면 달라집니다. 성취기준은 내가 붙이고, 활동 아이디어는 AI가 뽑고, 고르는 건 내가 합니다.

바로 쓰는 프롬프트 3개와 성취기준을 지어내지 않게 막는 방법까지 정리했습니다.


"5학년 수학 분수 나눗셈 지도안 써줘."

이렇게 시키면 지도안이 나옵니다. 도입-전개-정리가 갖춰져 있고, 학습목표도 그럴듯하고, 시간 배분까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면 우리 반에서 쓸 수가 없습니다.

교실에 실물화상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짜여 있고, 모둠은 네 명씩이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 반은 스물세 명이라 나누어떨어지지 않고, 무엇보다 "탐구 활동을 통해 원리를 발견한다" 같은 문장은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뭘 시키라는 건지가 없습니다.

지도안은 문서가 아니라 결정의 묶음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우리가 지도안을 쓸 때 실제로 하는 일은 문서를 채우는 게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일입니다.

이 차시에서 어디까지 갈 것인가. 어디서 아이들이 막힐 것인가. 막히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잘하는 아이는 뭘 하게 할 것인가. 시간이 모자라면 뭘 버릴 것인가.

AI는 이 결정들을 대신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 반을 모르니까요. 그래서 결정이 빠진 자리를 그럴듯한 문장으로 메웁니다. 그게 우리가 읽으면서 느끼는 그 허전함의 정체입니다.

순서를 뒤집으세요

그럼 AI에게 시킬 게 없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아주 쓸모가 있어집니다.

지도안을 통째로 시키는 대신 이 순서로 갑니다.

  1. 성취기준을 내가 붙인다 (AI가 정하게 두지 않는다)
  2. 이 차시의 도착점을 내가 정한다
  3. 거기까지 갈 수 있는 활동을 AI에게 잔뜩 뽑게 한다
  4. 내가 고른다
  5. 고른 활동을 우리 반 조건에 맞게 다듬는다

발산은 AI가 잘하고, 수렴은 교사가 해야 합니다. 이 역할 분담이 이 편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성취기준은 반드시 붙여넣으세요

가장 자주 나는 사고가 성취기준을 지어내는 것입니다.

AI에게 "5학년 수학 성취기준 알려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코드와 문장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실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코드 체계는 맞는데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번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앞의 원리 편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이 기계는 모른다고 멈추지 않고 가장 그럴듯한 걸 내놓습니다.

교육과정 문서에서 복사해서 붙여넣으세요. 30초면 됩니다. 그리고 이 30초가 지도안 전체의 정확성을 결정합니다.

실전 1 — 활동 아이디어 뽑아내기

▼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프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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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초등 5학년 담임교사다. 아래 성취기준으로 40분 수업을
설계하려 해. 활동 아이디어를 12개 뽑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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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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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서 복사해 붙여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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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시의 도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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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분수 나눗셈을 왜 곱셈으로 바꿔 계산할 수 있는지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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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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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명, 모둠은 4~5명씩 5모둠
• 교실에 실물화상기와 태블릿 있음
• 앞 차시에서 분수 곱셈을 배웠고, 절반 정도가 헷갈려 함
• 준비물 예산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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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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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작 활동, 그림, 게임, 토의, 쓰기 등
• 각 아이디어는 두 줄로만: 무엇을 하는지, 무엇이 남는지
• 준비물이 많이 드는 건 빼고
• 완성된 지도안은 만들지 말 것. 아이디어 목록만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완성품을 만들지 말라고 해야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지도안을 쓰라고 하면 하나만 골라서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든요.

12개 중에 쓸 만한 건 두세 개일 겁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혼자 앉아서 두세 개 떠올리려면 훨씬 오래 걸리니까요.

실전 2 — 아이들이 어디서 막힐지 미리 보기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시간을 아껴주는 프롬프트라고 생각합니다.

▼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프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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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활동을 5학년 아이들과 할 예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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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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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활동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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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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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이 헷갈릴 만한 지점 5개
2. 이 단원에서 흔한 오개념
3. 아이들이 던질 법한 질문 5개와, 각각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4. 활동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을 때 이어서 할 수 있는 것

답을 길게 쓰지 말고 항목별로 짧게.

경력이 쌓이면 이런 게 몸에 익습니다. 그런데 처음 맡는 학년이거나 오랜만에 가르치는 단원이면 감이 없습니다. 그럴 때 이 목록을 미리 보고 들어가면 수업 중에 당황할 일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3번이 유용합니다. "선생님, 왜 뒤집어서 곱해요?" 같은 질문에 즉석에서 답을 만들어내는 것과, 미리 한 번 생각해본 상태로 답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전 3 — 시간이 진짜 되는지 물어보기

지도안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게 시간입니다.

▼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프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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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가 짠 40분 수업의 흐름이야.
초등 5학년 교실에서 실제로 이 시간 안에 가능한지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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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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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순서와 배정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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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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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 구간
• 이동, 준비물 배부, 정리하는 시간이 빠지지 않았는지
• 10분이 모자라면 무엇을 줄이는 게 나을지

마지막 항목이 실전용입니다. 수업은 늘 밀리고, 밀렸을 때 뭘 버릴지는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즉석에서 버리면 꼭 중요한 걸 버리게 되거든요.

자료를 만들 때 한 가지 더

지도안과 함께 학습지나 그림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챙길 게 하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낸 교사용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에는 편향성 점검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을 묘사한 그림을 요청했는데 특정 인종만 등장한다면 수정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 있습니다.

AI가 만든 그림과 예시문에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쏠림이 들어갑니다. 직업 예시를 만들면 남성만 나오거나, 가족 그림을 만들면 한 가지 형태만 나오는 식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한 번 훑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건 프롬프트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자료를 만들 때 아래 두 줄을 조건에 넣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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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의 성별, 가족 형태, 외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할 것
• 직업 예시를 들 때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말 것

학생이 직접 쓰게 할 것인가

지도안을 짜다 보면 이 결정이 따라옵니다. 이 활동에서 아이들이 AI를 직접 쓰게 할 것인가.

시도교육청들이 학교급별 활용 지침과 수업 설계 체크리스트를 내놓고 있으니 소속 교육청 자료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초등에서 생성의 주체는 교사라는 쪽입니다. 교사가 시연하고 아이들은 결과물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 초등에서는 더 맞다고 봅니다.

이 판단의 근거는 연재 후반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여기서는 지도안을 짤 때 이 결정도 함께 적어두시라는 말씀만 드립니다.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그때 생각하는 것보다 미리 적어둔 게 훨씬 낫습니다.

마지막은 사람이 봅니다

지도안에서 AI가 채워줄 수 있는 건 선택지입니다. 선택은 우리 반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12개 아이디어 중 무엇을 고를지, 어디서 시간을 줄일지, 이 아이는 어떤 역할을 맡길지. 이 결정들이 모여서 수업이 됩니다. 그리고 이 결정들은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만 내릴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원리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쓰는 챗봇이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다음 단어 맞히기라는 단순한 원리 하나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왜 AI가 성취기준을 지어내는지도 그 원리에서 나옵니다.


참고 자료

  • 경기도교육청,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교육 교사용 가이드라인」
  • 서울특별시교육청, 「생성형 AI 교육적 활용 가이드」(학교급별 활용 지침, 수업 설계 체크리스트 포함)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