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AI를 쓰는데 왜 누구는 결과가 잘 나오고 누구는 안 나올까요.

문장 기교의 차이가 아닙니다. 내 머릿속 기준을 남이 알아들을 말로 옮겼는지의 차이입니다.

프롬프트가 잘 안 써지는 진짜 이유와, 그럴 때 쓰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연수를 하다 보면 같은 프롬프트를 나눠드려도 결과가 갈립니다. 어떤 선생님은 바로 쓸 만한 걸 뽑아내고, 어떤 선생님은 계속 겉도는 답만 받습니다.

처음엔 요령의 차이인 줄 알았습니다. 몇 년 지켜보니 아니더군요. 잘 뽑는 분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총론에서 꺼냈던 이야기를 다시 하겠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 그런 동료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들 하시죠.

그런데 그런 동료를 떠올려보면, 대개 나와 몇 년을 같이 일한 사람입니다. 내가 어떤 걸 중요하게 여기는지, 우리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적당히"라고 할 때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아는 사람이요.

처음 온 신규 선생님에게 "그거 적당히 해서 주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분 잘못이 아닙니다. 알아들을 재료를 안 준 겁니다.

AI는 매번 처음 온 사람입니다. 그것도 우리 학교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적당히"라는 말의 정체

프롬프트가 겉도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말들입니다.

  • 적당한 분량으로
  • 좀 부드럽게
  • 자연스럽게
  • 우리 반 수준에 맞게
  • 너무 딱딱하지 않게
  • 잘 정리해서

이 말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뜻이 아주 분명하다는 것. 내 머릿속에는 "적당한 분량"이 A4 반 장쯤이라는 그림이 있고, "부드럽게"는 어떤 어투인지 감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내 머릿속에만 있다는 겁니다. 밖으로 나온 건 "적당히"라는 세 글자뿐이고요.

그래서 프롬프트를 쓴다는 건 이런 일입니다.

나만 아는 기준을, 누구나 똑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옮겨놓는 것.

번역에 가깝습니다. 내 머릿속 언어에서 남의 언어로요.

옮기는 방법

거창한 건 없습니다. 모호한 말이 나올 때마다 "그게 뭔데?"를 한 번씩 더 물으면 됩니다.

머릿속 말밖으로 꺼낸 말
적당한 분량으로A4 한 장, 공백 포함 900자 안쪽
좀 부드럽게지시하는 말투 대신 권유하는 말투로
우리 반 수준에 맞게5학년이 아는 낱말로, 한 문장 40자 안쪽
너무 딱딱하지 않게한자어 대신 쉬운 우리말, 인사말은 한 문장만
잘 정리해서소제목 3개로 나누고 각 소제목 아래 3줄씩

오른쪽 칸이 어렵나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결정을 해야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라고 썼던 겁니다.

프롬프트가 안 써질 때

여기가 이 편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프롬프트를 쓰다가 막히는 순간이 옵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몇 번을 고쳐도 원하는 게 안 나옵니다. 그럴 때 대부분 "내가 프롬프트를 못 쓰나 보다"라고 생각하십니다.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아직 내가 뭘 원하는지 정하지 않은 겁니다.

가정통신문을 쓸 때 회신을 종이로 받을지 앱으로 받을지 안 정했다면, 그 프롬프트는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학부모 문자를 쓸 때 이 일을 어디까지 알릴지 마음을 못 정했다면, 어떤 문장도 마음에 안 듭니다.

프롬프트가 안 써지는 건 대개 AI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는 거울 같은 데가 있습니다. 내 생각이 정리된 만큼 정확히 그만큼만 써집니다.

막혔을 때 쓰는 두 가지

하나. 되묻게 하기

정하지 못한 게 뭔지 나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AI에게 찾아내게 하면 됩니다.

javascript
가정통신문을 쓰려고 하는데 뭘 알려줘야 할지 정리가 안 돼.

바로 쓰지 말고, 내가 결정해야 할 것들을 질문으로 만들어 줘.
한 번에 다 묻지 말고 중요한 것부터 세 개씩.

돌아온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내가 뭘 안 정했는지가 드러납니다. 질문에 답하는 게 프롬프트를 쓰는 것보다 쉽습니다.

이 방식은 나중에 고급 편에서 다시 다룰 텐데, 시키기 전에 물어보게 하는 이 습관 하나가 프롬프트 실력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둘. 말로 떠들고 정리시키기

글로 쓰려니 막히는 거지, 말로는 다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성 입력을 켜고 두서없이 떠들어보세요.

javascript
아래는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한 내용이야.
여기서 요청 사항과 조건을 뽑아서 프롬프트 형태로 정리해 줘.
빠진 게 있으면 물어보고.

(음성으로 입력한 내용)

"어, 그러니까 이번에 체험학습 가는데, 아 비 오면 어떻게 되는지도 써야 하나, 아무튼 도시락은 싸 와야 하고..." 이런 걸 그대로 넣어도 됩니다. 정리는 AI가 잘합니다.

여기서 교사만의 이야기

프롬프트에는 그걸 쓴 사람이 드러납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어떤 선생님은 "학생을 탓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게"를 넣고, 어떤 선생님은 "학부모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를 넣고, 어떤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서"를 넣습니다.

이 한 줄들이 그 교사가 평소 어떤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잘 쓴 프롬프트에는 교육관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남의 것 그대로 쓰면 어딘가 안 맞습니다. 이 연재에서 프롬프트를 계속 드리면서도 "열어서 고쳐 쓰세요"라고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제 기준이지 선생님 기준이 아니니까요.

정리

  • 프롬프트는 문장 기교가 아니라 내 기준을 밖으로 꺼내는 일입니다
  • "적당히", "부드럽게" 같은 말은 나에게만 뜻이 있습니다
  • 프롬프트가 안 써지면 대개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 막히면 AI에게 되묻게 하거나, 말로 떠들고 정리시키세요

다음 글에서는 3년반의 경험을 녹여 프롬프트 비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덧붙임

이 연재는 제가 동료들과 함께 쓴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책이 학교에서 쓸 만한 AI 플랫폼을 하나하나 짚었다면, 여기서는 그 도구들을 어떻게 부릴지를 다룹니다.

도구를 아는 것과 도구를 부리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연수 문의나 이 연재에 대한 질문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실제로 현장에서 막혔던 상황을 주시면 그 사례로 프롬프트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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