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세 편에서 프롬프트를 몇 개 써봤습니다. 조건을 붙이면 결과가 달라지고, 예시를 주면 어투가 잡히고, 지어내지 말라고 하면 빈칸을 남깁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왜 어떤 조건은 잘 먹히고 어떤 조건은 무시될까요.
여기서부터는 잠시 원리 쪽으로 갑니다. AI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면, 프롬프트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가 따라옵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최대한 걷어내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쓰겠습니다. 실제로 수업에서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규칙을 짜줬습니다
초기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규칙을 하나하나 적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스팸 메일 거르기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광고'라는 단어가 있으면 → 스팸
'무료'가 있으면 → 스팸
'대출'이 있으면 → 스팸이런 조건을 잔뜩 적어두는 겁니다. 처음엔 꽤 잘 걸러집니다. 그런데 곧 문제가 생깁니다. 광고라는 말을 '광 고'로 띄어 쓰면 통과합니다. 그러면 규칙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이번엔 '무 료'로 옵니다. 또 추가합니다.
규칙을 아무리 늘려도 예외가 더 빨리 늘어납니다. 이게 규칙 기반 방식의 한계였습니다.
교실에서 5분이면 체험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시켜보세요.
"고양이가 무엇인지,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게 규칙으로 적어보자."
처음엔 신나서 적습니다. 귀가 뾰족하다. 수염이 있다. 다리가 네 개다. 털이 있다.
그때 사진을 몇 장 보여주면 됩니다. 귀가 접힌 스코티시폴드는요? 뒷모습만 찍힌 사진은요? 털이 거의 없는 스핑크스는요? 그럼 강아지도 다리가 네 개인데요?
아이들은 금방 알아챕니다. 규칙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는 그 사진들을 보자마자 고양이인 걸 알았다는 것. 어떻게 알았는지는 자기도 설명을 못 한다는 것.
이 지점이 인공지능 역사의 전환점과 정확히 같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 5~6학년 실과에 '디지털 사회와 인공지능' 영역이 들어오고 정보 관련 시수가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늘었는데, 그 도입 활동으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뒤집었습니다
규칙을 적어주는 대신 예시를 잔뜩 보여주고 스스로 공통점을 찾게 하는 것. 이게 머신러닝, 우리말로 기계학습입니다.
고양이 사진 수만 장과 강아지 사진 수만 장을 보여주고, 어느 쪽인지만 알려줍니다. 그러면 기계가 스스로 차이를 찾아냅니다. 사람이 찾아준 게 아니라서, 정확히 무엇을 근거로 구분하는지는 만든 사람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층을 여러 겹 쌓아 더 깊게 학습시키는 방식이 딥러닝입니다. 낮은 층에서는 선과 모서리 같은 단순한 것을, 위로 갈수록 눈·코·얼굴처럼 복잡한 것을 잡아냅니다. 2012년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이 방식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면서 판이 바뀌었고,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우리에게도 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포개집니다.
- 인공지능: 사람처럼 판단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시도 전체
- 머신러닝: 그중에서 예시를 통해 스스로 배우게 하는 방식
- 딥러닝: 머신러닝 중에서 층을 깊게 쌓은 방식
- 생성형 AI: 딥러닝으로 만든 것 중 새로 만들어내는 쪽
우리가 쓰는 챗봇은 가장 안쪽 원에 있습니다.
구별하던 것에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랫동안 AI의 일은 구별하기였습니다. 이건 고양이다, 이건 스팸이다, 이건 불량품이다.
생성형 AI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구별하는 대신 만들어냅니다. 고양이 사진을 수없이 본 모델은 고양이를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없던 고양이 그림을 그려냅니다. 글도 마찬가지고요.
그림 쪽에서 이 전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따로 두 편을 들여 다룰 예정입니다. 위조범과 감정사가 서로 겨루던 시절 이야기가 꽤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프롬프트가 그렇게 작동합니다
원리를 알면 앞의 세 편에서 했던 일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예시를 붙이면 잘 되는 이유. 이 기계는 애초에 예시로 배운 기계입니다. 설명을 열 줄 쓰는 것보다 작년 가정통신문 두 장을 붙이는 게 나은 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상 그렇습니다.
같은 프롬프트인데 답이 매번 조금씩 다른 이유. 규칙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답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계산기가 아니라 판단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모르는 걸 지어내는 이유. 규칙 기반 시스템은 규칙에 없으면 "모름"이라고 답합니다. 학습 기반은 다릅니다. 배운 것 중 가장 그럴듯한 걸 내놓습니다. 그래서 없는 연락처나 없는 출처가 태연히 등장합니다. 앞에서 "내가 주지 않은 정보는 지어내지 말 것"을 매번 붙였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AI는 정답을 저장해둔 창고가 아니라, 예시를 잔뜩 보고 감을 익힌 기계입니다. 그래서 예시에 강하고, 확신에 차서 틀립니다.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말해줄까
초등에서는 여기까지면 충분합니다. 규칙을 적어주던 방식에서 예시를 보여주고 스스로 배우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AI는 사람처럼 틀릴 수 있다는 것.
용어를 외우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를 5학년이 구분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대신 고양이 규칙 만들기를 해보고 "왜 안 될까"를 이야기한 시간은 오래 남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림이 아니라 글을 다루는 쪽으로 들어갑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챗봇이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내는지, 다음 단어 맞히기라는 단순한 원리 하나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 한국컴퓨터교육학회, 2022 개정 초등 실과 정보교육 내용 요소 분석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