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다니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프롬프트 잘 쓰는 팁 좀 알려주세요."
십수 년 교실에 있으면서 전국을 돌며 수백 회 강의를 했는데, 이 질문은 어느 지역에서든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그때마다 저는 조금 곤란해집니다. 알려드릴 팁이 없어서가 아니라, 팁이 너무 빨리 낡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통하던 요령의 절반은 이미 죽었습니다
한때는 이런 것들이 비법처럼 돌았습니다. "당신은 전문가입니다"라고 역할을 붙여라. 예시를 꼭 세 개 넣어라. 부탁하듯 정중하게 말하라. 지금 최신 모델에 그대로 해보면 있으나 마나입니다. 모델이 좋아지면서 요령이 메워야 했던 빈틈이 사라진 겁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문장 기교로 배우면 배운 만큼 낡습니다. 정작 남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 무엇을 시킬지 정의하는 힘. 프롬프트 실력의 8할은 문장 솜씨가 아니라 내 업무와 수업을 구조화해서 말로 풀어내는 능력입니다.
- 맥락을 붙이는 설계. 성취기준, 학교 자료, 학생 실태를 어디까지 어떻게 건넬 것인가.
- 검증과 책임. AI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망설이는 일은 사람 몫으로 남습니다.
- 자산으로 굳히기. 잘 된 프롬프트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템플릿과 도구로 남기는 일.
이 네 가지는 모델이 몇 세대 더 바뀌어도 낡지 않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제가 예전부터 자주 쓰던 말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 다들 그런 동료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사람 사이에서도 그건 몇 년을 함께 부대껴야 겨우 되는 일입니다.
프롬프트의 핵심은 사실 단순합니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을, 상대가 오해 없이 알아듣게 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어려운 지점은 여기입니다. 내 머릿속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적당한 분량으로", "좀 부드럽게", "우리 반 애들 수준에 맞게." 나에게는 더없이 선명한 말인데, 듣는 쪽에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우리 반이 어떤 반인지, 내가 말하는 부드러움이 어느 정도인지 상대는 알 도리가 없으니까요.
좋은 프롬프트는 화려한 문장이 아닙니다. 나만 아는 생각을 누구나 똑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물론 이 수고가 계속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반 상황이나 내가 쓰는 문서 형식을 미리 정리해 저장해 두면, 나중에는 짧게 말해도 알아서 척척 나오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게 되는 거죠. 다만 그렇게 만들려면 처음에 한 번은 찰떡같이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왜 FOR SCHOOL인가
시중의 프롬프트 자료는 대부분 마케팅과 개발 현장을 전제로 합니다. 가정통신문도, 학기말 종합의견도, 학부모 상담 문자도 거기엔 없습니다. 학교의 문제는 학교의 언어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연재는 세 사람을 향합니다.
교사에게는 오늘 당장 쓰는 업무와 수업의 실전 프롬프트를. 가정통신문, 상담 문자, 평가 피드백, 지도안, 학급 운영, 그리고 학생용 챗봇 만들기까지.
학부모에게는 아이 곁에서 AI를 어떻게 다룰지를. 답을 주는 AI 말고 질문하는 AI로 바꾸는 방법, 아이와 함께 집안의 사용 규칙을 정하는 방법.
학생에게는 — 여기서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초등학생이 프롬프트를 배워 당장 글을 쓰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초등에서 생성의 주체는 교사여야 한다고 계속 말해 왔고, 그 생각은 그대로입니다. 다만 아이들은 결국 AI와 함께 살아갈 세대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까지, 어떤 태도로 쓸 것인지를 어른이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AI가 초안을 대신 써줄수록, 기초는 덜 중요해지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해집니다. 남의 글을 평가하려면 그 분야를 알아야 하고, 무언가를 새로 만들려면 재료가 머릿속에 있어야 하니까요. 이 이야기는 연재 후반에 따로 한 편을 들여 다루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순서로 갑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시작합니다. LLM은 어떻게 말을 이어붙이는지, 왜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왜 그럴듯하게 지어내는지.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풀어볼 생각입니다. 그림 그리는 AI가 위조범과 감정사가 겨루던 시절에서 안개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넘어온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그다음이 기초 프롬프트와 고급 프롬프트, 그리고 교사·학부모·학생 각각의 실전 편입니다. 다만 발행은 책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전 편을 앞세우고 원리 편을 사이사이에 넣으려 합니다. 급하신 분은 실전 편만 읽으셔도 됩니다.
덧붙임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를 냈습니다. 학교에서 쓸 만한 AI 플랫폼들을 하나하나 짚은 책인데,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계속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어떤 도구가 있는지는 정리했는데, 그 도구를 어떻게 부릴지는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빈칸을 채우는 자리가 이 연재입니다. 도구를 아는 것과 도구를 부리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