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AI가 낸 답의 마지막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부제: Humans-in-the-Loop, 수업 어디에 판단의 자리를 둘 것인가


AI에게 학생 글 서른 편의 채점을 맡겼습니다. 결과를 열어 보니 한 학생의 점수가 이상합니다. 글은 좋은데 점수가 낮습니다. 읽어 보니 AI가 문단 구성을 기준으로 깎았는데, 그 아이는 일부러 한 문단으로 밀어붙이는 글을 썼습니다.

이 점수는 누구의 것입니까. AI가 매겼으니 AI의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 점수를 학생에게 보낸 사람은 무엇을 한 것입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는 AI 교육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학생에게 닿은 점수는 교사의 것입니다. AI가 초안을 냈든 아니든, 보낸 사람이 책임집니다.

사람이 루프 안에 서 있다

이 원칙을 Humans-in-the-Loop라고 부릅니다. AI가 생성하고 추천하고 채점하더라도, 그 결과가 실제로 쓰이기 전에 사람이 검토하고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미국 교육부와 일본 문부과학성이 AI 교육 원칙을 세울 때 첫 자리에 둔 개념이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이 원칙은 세 지점으로 나타납니다. 생성 전에 무엇을 시킬지 사람이 정합니다. 생성 후에 결과를 사람이 읽고 고칩니다. 전달 전에 학생에게 줄지 말지를 사람이 결정합니다. AI는 가운데 한 칸을 맡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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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사

AI 피드백을 학생 글에 그대로 붙여 보낸 교사가 있습니다. 서른 편이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다른 교사는 AI 피드백을 읽고 한 줄씩 고쳤습니다. 어떤 것은 지우고, 어떤 것은 "이 부분은 선생님 생각이 달라"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학생이 받은 종이는 형식이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에는 판단이 들어갔고 하나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이 차이를 압니다. 몇 번 받아 보면 압니다. 판단이 빠진 피드백은 곧 읽히지 않습니다.

판단의 자리는 두 층이다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생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AI 답을 받은 학생은 그대로 쓸지 말지 정해야 합니다. 틀린 곳이 있으면 찾아 고쳐야 합니다. 고쳤으면 왜 고쳤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 답을 그대로 제출한 학생과 "이 부분은 AI가 틀린 것 같아서 교과서를 보고 고쳤다"고 쓴 학생은 같은 도구를 썼지만 다른 일을 한 것입니다. 앞의 학생은 루프 밖에 있고, 뒤의 학생은 루프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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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설계에 판단 지점을 박아 넣는 법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활동지에 칸 하나를 더 만들면 됩니다. "AI 답에서 고친 부분과 이유." 이 칸이 있으면 학생은 답을 받은 뒤 반드시 한 번 멈춥니다. 고칠 것이 없다고 쓰는 학생에게는 "그러면 왜 맞다고 생각하는지"를 쓰게 합니다.

교사 쪽에서는 AI가 만든 자료를 학생에게 주기 전에 한 문장을 손으로 덧붙이는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그 한 문장이 교사의 판단이 들어갔다는 표시입니다.

왜 이 원칙이 먼저인가

이 원칙이 없으면 나머지가 무너집니다. 판단의 자리가 없으면 학생은 생각을 멈추고, 가드레일을 세울 근거가 없어지고, 검증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반대로 이 원칙 하나가 서면 나머지는 그 위에 올라갑니다.

그러면 판단의 자리를 비워 두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학생의 머릿속에서 어떤 단계가 사라지는가.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이 연재의 배경이 된 두 권의 책

『AI 플랫폼 학교를 바꾸다』 (정윤호, 석희철, 오재경, 이강현)

교육 현장에서 AI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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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학부모다! AI시대 역량 있는 학부모 되기 (심화편)』 (임부현, 석희철 외)

AI 시대에 자녀를 위해 학부모가 길러줘야 할 단 하나의 역량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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